백석:김경수 / 자야:정운선 / 사내:김바다

 

   정보가 거의 없는 상태로 갔는데 진짜 많이 울었다.. 북관의 계집부터 진짜 펑펑 우느라 너무 힘들 정도였다. 사실 백석의 인생보다는 자야의 인생에 더 많은 공감이 갔고 이 뮤지컬을 통해서 자야의 인생에 대해서 알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굉장히 만족한다. 하지만 백석이 똥차라는 점은 변하지 않지... 초반에는 백석과 자야가 꽁냥꽁냥하는 부분이 많아서 광대 터지는 줄 알았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너무 슬펐다. 특히 백석보다는 자야의 감정에 더 이입하게 됐던 것 같고, 가지 말라고 붙잡는 자야의 마음이 이해가 되면서 더 슬펐고. 사실 백석의 삶에 대해서는 잘 몰랐는데 이번 기회에 알게 되면서 참 뭐랄까.... 그의 시를 다시 읽을 때 이전이랑은 다르게 보일 것 같다. 그렇게까지 백석을 기다리는 자야의 마음을 사실 백퍼센트 이해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그녀의 사랑이 참 아름다웠던 것이라는 건 알 수 있다. 나는 그런 사랑을 하지 못할 걸 알지만.

   넘버가 전반적으로 잔잔한 편이긴 한데 그래도 좋았다. 그리고 북관의 계집 넘버가 진짜 너무너무 취향이라, 끝나고 나서도 계속 생각나고 계속 찾아보고 그랬다. 사실 그 부분을 기점으로 뭔가 전체적인 극의 감정이 크게 변하는 것 같기도 하고. 진짜 아무리 생각해도 백석은 똥차야..... 이 북관의 계집은 아름다워. 덤덤하게 빨간 치마를 두르는 자야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선하고. 그리고 한이 담긴 그 춤도. 정말 쓰러질 것처럼 치마를 펄럭일 때 너무 맘찢이었다..... 조명이 다 꺼지고 자야에게만 핀조명이 비춰진 상태에서 "거울에 늙은 계짐만 남아" 라고 하는 부분도 너무 마음에 꽂혔다. 자야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돈이 없는 백석을 사랑하고,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아는 그를 기다리고, 그의 시를 간직하고.

   자야를 '자야'라고 부른 것부터 너무, 백석이 싫어지는 포인트.

 

   아쉬웠던 건 내가 백석 시를 거의 모르는 상태에서 봤다는 거. 미리 예습을 하고 봤더라면 좀 더 생각하면서 볼 수 있었을 것 같아서 아쉽다. 가사가 시를 그대로 차용해서 쓴 부분이 많아서 한 번에 귀에 꽂히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스토리 흐름을 이해에 장애가 됐던 것은 아니지만 가사 하나하나를 좀 더 잘 알아들을 수 있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약간 한 번 생각을 놓치면 가사보다는 음만 듣게 되서 아쉬웠다. 들으면서 못 알아듣는 부분이 나오면 아 시구나 하면서 듣긴 했지만.

   초중반에 귀엽고 웃겼던 부분도 많았고 개그포인트도 많아서 재밌게 봤고 경수백석 몸 쓰는 거야 뭐 스모크 때부터 항상 좋아했으니까. 아쉬웠던 건 운선배우 노래..... 항상 연극에서만 봤다가 뮤에서는 처음 봤는데 솔직히 초반에 좀 많이 불안했다. 북관의 계집에서 자야 한 소절 부르는 거에서는 갑자기 목이 트이나? 싶었는데 또 그 뒤로는 다시 쓰릴해져서ㅠㅠ..... 그래도 연기는 진짜 너무 좋았다. 후반에 울 때 진짜 너무 마음 아프고 공감가는 연기였어...

 

   처음에는 사내가 뭔가 미지의 존재? 사찬에서의 사내 같은 존재인가 라고 생각했었는데 보다보니 그냥 멀티 같은 존재...에 가까웠던 것 같다. 리피사내 좋을 것 같아서 궁금하긴 한데 뭔가 요새 우울하고 현타 시즌이라서 보지는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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