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슨 레오폴드:이형훈 / 리차드 롭:박은석 / 클라렌스 대로우:윤상화 / 로버트 크로우:성도현 / 기자1외:윤성원 / 기자2외:이상경 / 기자3회:현석준

 

   쓸이랑 같은 사건을 다룬 극이지만 극의 진행 방향이나 형식은 확실히 다르다. 쓸은 좀 더 네이슨-리차드의 관계에 집중했다면 네버더시너는 사건 자체와 재판에 집중하고 있다. 쓸이랑 비슷한 부분도 있고(같은 사건을 베이스로 한 극이니까) 다른 부분도 꽤 있었는데 쓸에서는 네이슨과 리차드의 권력관계 혹은 심리 싸움이 메인이 되서 그날그날 "누가 누구를 조종했는가"에 대한 해석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면 네버더시너에서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좀 더 답없는 애새끼들을 보는 느낌이 들어서 화도 나고 답답한 기분.

 

   쓸에서처럼 자기야- 라고 안 하고 babe라고 부르도록 한 건 진짜 괜찮은 것 같다. 자기야 라고 했으면 아마도 쓸이 더 많이 오버랩됐을 것 같고 어쩐지 어색해보였을 수도. 게다가 은석롭의 그 억양이 진짜 너무 잘 어울림. 데이킨 떄도 그랬지만 어디서 이렇게 잘 어울리는 배우를 데려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허세와 자신감이 넘치면서도 한편으로는 찌질하고 나약한.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속으로는 약하고 엄마에게 연연하는. 아무튼 쓸보다 좀 덜 매력적이고 더 양아치같은 느낌이 나는 리차드인 것 같다, 네버더시너에서의 리차드는. 물론 쓸에서도 엄마가 슬퍼할거라고 하면서 동생을 죽이는 건 안된다고 하지만 여기서는 그게 더 강조된다. 계속 엄마 얘기를 하고 네이슨에게 니가 바비를 죽인거라고 말해달라고 할 때도 엄마 얘기를 하고. 가족에게 편지를 쓸때도 엄마가 재판을 보러 올 생각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라면서 언급하고. 아무튼 네버더시너에서는 확실히 레오폴드가 똑똑한 게 느껴지고 롭이 너무 부족하게 느껴졌다.

   독일어로 외치는 말 나는 착하고 어쩌고! 하는 거. 그 부분의 의미가 정확히 무엇일까... 사실 약간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어쩌면 그게 정말 롭의 내면의 목소리인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있잖아 테디...

 

   레오폴드와 롭이 각자 의자에 앉아있을 때 심문? 인터뷰? 하면서 점점 그 사각형 조명이 조여드는 거 좋았다.

   극은 재판이 진행되는 법정과 과거를 오가면서 진행된다. 사실 약간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워낙 시점이 왔다갔다를 많이 해서. 시점 자체는 뚜렷하게 달라서 알아보기가 어렵진 않았는데 흐름이 너무 끊기니까.

 

   기자들이 계속해서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뽑아내고 그것을 크게 외치는 것도 좋았는데 언론이 얼마나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를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사건의 해결보다는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 수 있을지에만 집중하는 기사들을 보여주는 것이 인상깊었다. ex)소녀들이 매혹적인 롭과 데이트하고 싶은 이유는? / 뫄뫄 의사 뫄뫄라고 말하다! 등의 기사 제목들. 특히 소녀들이 롭과 데이트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를 설문조사하는 기사는 역겨울 정도였다. 기자분들이 여러 역할을 왔다갔다 하실때 톤을 매번 다르게 내서 좋았다. 같은 기자라도 A사, B사, C사 각각 다른 목소리 톤으로 연기해서 뚜렷하게 구별가게 해주는 것도 좋았다. 아무래도 엄청나게 많은 수의 배우들을 쓸 수 없으니까.

 

   사실 내가 이 극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서 좀 어려운 것 같기도 하고. 특히 후반부에는 집중력이 많이 떨어져서 대사를 다 제대로 따라가지도 못해서 좀 아쉽다. 그리고 대로우랑 레오폴드랑 막 서로 소리지르면서 격하게 감정싸움....할때는 거의 대사가 잘 들리지 않아서ㅠㅠ 그냥 고래고래 소리지른다 이렇게 느껴져서ㅠㅠ

   머리 위로 깃털이 떨어지는 연출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지만 맨 마지막 장면이 레오폴드와 롭의 첫만남인 건 좋았다. 그때부터 이미 뭔가 시작됐다는 그런 느낌을 줘서. 전반적으로 음악이 좀 촌스러웠던 건 기분 탓인지... 아님 뭔지 모르겠다. 솔직히 조명 바꿔가면서 막 음악 나오고 이런 거 좀 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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