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반테스&돈키호테:홍광호 / 알돈자:윤공주 / 산초:김호영 / 도지사&여관주인:김대종

 

   이틀 연속으로 함께 관극을. 라만차는 내가 입덕한 후에도 올라왔었는데 그땐 사실 대극장은 잘 안 가서 패스했다가 이번에서야 보게 됐다. 음 일단 전반적으로 내 취향이 아니고 지루하게 느껴져서 아쉽긴 하지만 도장깨기의 느낌으로 한 번쯤 본 건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배우 하나하나 다 진짜 너무 좋았고. 홍 노래야 항상 믿고 듣고. 일막 끝 임파서블 드림에서는 진짜 블퀘 지붕 뚫는 줄. 공주알돈자가 진짜 너무너무 좋았다. 아파서 누워있는 돈키호테 옆에서 눈물 뚝뚝 흘리면서 둘시네아맆 부를 때 진짜 너무 감동적이었음ㅠㅠ 내 이름은, 둘시네아에요. 하는 것도. 홍이 부르는 임파서블 드림도 굉장하다고 생각했지만 알돈자와 함께 부르는 임파서블 드림 맆이 개인적으로 더 마음에 가깝게 다가왔다.

   호이는 당장 라만차 전에 했던 킹키에서 대판 싸웠었는데 라만차에서는 또 너무 좋았다. 산초가 정말 몸에 딱 맞는 역할같음. 웃음 포인트 하나하나도 잘 살리고. 특히 좋으니까 부를 때 공주돈자도 웃음 터진 것 같던데ㅋㅋㅋㅋㅋ 진짜 너무 웃겼음ㅋㅋㅋㅋㅋ 노래도 크게 거슬리지 않았고.

   와중에 뻬드로 악역인데 너무 존잘.....

 

   희망을 노래하는 극이지만 사실 이 극에서 나는 희망을 보지 못한 것 같다. 몸져누운 돈키호테를 알돈자가 다시 찾아온다는 것부터 나는 사실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쩌면 생략된 이야기가 너무 많았던 걸지도 모르겠고. 돈키호테가 둘시네아라고 불렀던 여인에게 결국 남은 것은 무엇인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몸 파는 '알돈자'로만 살았을 때보다 자신을 더 소중하게 여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그리고 자신이 어쩌면 고귀한 존재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전까지는 가진 적 없었던 희망이 생긴 걸 수도 있겠지만.

   돈키호테는 둘시네아를 구한다면서 노새끌이들과 싸워서 이겼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뒤에 알돈자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어쩌면 오히려 더 큰 상처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무어인에게 모든 것을 뺏기고 돌아온 돈키호테에게 알돈자가 날 똑바로 보라고 할 때도, 돈키호테는 아직 정신을 제대로 못 차렸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도 그는 여전히 당신은 나의 레이디...라는 헛소리를 하는데 그냥 나한텐 정말 그게 헛소리로밖에 안 들려서 할배의 감정이 크게 이해가지 않았다.

   돈키호테, 그리고 그렇게 극을 써내려간 세르반테스가 너무 무책임하고 자기중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 감옥 안에서의 변론을 마치고 종교재판을 받으러 향하는 그 뒷모습도, 나에게는 그렇게 희망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미친 세상에서 제정신으로 사는 것보다는 미친 것이 낫다고 말하지만 현실과 타협할 줄 아는 것 역시 용기라고 생각하니까. 이 극에서 희망을 가지고 행복한 사람은 돈키호테와 세르반테스 뿐이라는 생각.

 

   음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엠디나 리플렛에 왜 그렇게 해바라기를 떡칠해놨는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극 보러 가기 전에 해바라기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마지막 장면에서 해바라기 사이로 지나가는 할배라도 나올 줄 알았다;; 근데 정작 해바라기 나오는 장면은 무어인들 나오는 장면 딱 한 장면 뿐이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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