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313 넥스트 투 노멀 막공

다이애나:정영주 / 댄:이정열 / 게이브:서경수 / 나탈리:전성민 / 헨리:백형훈

 

   뭐 어쨌든 난 떠나, 마지막 인사야. 이젠 안녕.

 

   전주가 시작되고 암전과 함께 쏟아져 나왔던 박수와 함성 소리. 이 극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 자리에, 함께 할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할 수밖에 없는 이유. 이번 시즌 넥을 돌면서 처음부터 눈물이 났던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박수 소리가 들리자마자 나도 모르게 울컥해버려서, 그 감정 그대로 1막 내내 울어버린. 다이애나가 가아~ 하고 나서 파파가 오우예~ 하신 거 너무 귀여우셨는데. 예전 사진 보다 보니까 융탈리는 그새 머리 많이 기르셨더라. 알제논을 위한 꽃(앨저넌에게 꽃을)을 읽고 나서 본 건 처음이라, 뭔가 나탈리가 저 책 언급할 때 느낌이 새롭기도 했고. 책에 관한 내용은 나중에 따로 써봐야지. '그저 또 다른 날' 에서 위에 게이브가 나오고 나탈리는 아래에서 노래 부를 때, 식탁에 앉아 책을 꾸깃꾸깃해버리던 나탈리는 처음 봐서 뭔가 기억에 남고.

 

   평생 공들여 만든 이 집과 가족, 굳건히 지켜가는 게 나의 일. 이 부분에서 봉을 쳐다보기도 하고 쓸어 보기도 하는 파파의 모습은 잊을 수 없을 것만 같다. 자신이 지은 집을 바라보면서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학교 가기 전 재즈 밴드, 수업, 보이스카우트, 미식축구' 아마도 다이애나가 상상하는, 죽지 않고 성장했을 때의 게이브의 모습이겠지. 그 나이대의 전형적인 남자아이들이 하는 그런 일들. 시작해서부터 이 때까지의 게이브는 다이애나의 상상 속에서의 게이브라고 생각한다. '새는 울고 숲은 자라, 멀리 가고 싶지만 갈 덴 없어.' 사실 앞 구절은 대체 무슨 뜻을 가진 건지 잘 이해가 가질 않는데 영어 가사도 그냥 저거랑 똑같고,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답을 봐서 그런가보다? 싶은. 바닥에서 샌드위치를 만든 이후에도 다이애나는 댄이나 나탈리의 목소리는 듣지 못하고 게이브가 '엄마!'하고 불렀을 때에야 겨우 대답을 한다. 하지만 다이애나의 상상 속 게이브가 보이지 않는 나탈리와 댄은 그저 다이애나가 자신들의 말에 대답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학교에 가라고 떠미는 것 역시 나탈리가 아니라 상상 속의 게이브를 향한 것...이라는 점에서 나탈리는 철저히 소외받는 것 같다.

 

   약 한 달 정도를 리피헨리로만 고정해서 봤었는데 안 본 사이에 훈헨리도 좀 디테일도 늘어나고 초반보다 연기도 안정된 느낌? 특히 미친놈 모차르트 하는 넘버에서 되게 어색하다고 느껴졌었는데 이 날만큼은 그 부분에서 생각보다 괜찮게 봤다. '넌 사람 참 헷갈리게 하는구나?' 하는 부분도 이전보다 좀 더 능글능글하게 치는 것 같고. 여전히 아쉬운 건 피아노 칠 때 음에 대충 비슷하게라도 쳐줬으면 더 좋았을텐데. 훈헨리는 좀 더 모범생같은? 느낌이 드는데 완벽한 짝 에서 가방을 꼼꼼하게 매는 거나, 마지막 빛에서 가방을 되게 예쁘게 식탁에 올려놓는 거나 하는 장면에서.

 

   내 신경 정신과의사와 나. 항상 그렇듯이 파인은 처음 시작 대사를 끝까지 다 하지 못하셨다. 뭐 로딩....이 되면 괜찮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나보다. 그래도 예전처럼 막 대사 씹고 버벅이시지는 않으니까. 이 노래를 듣다 보면 새삼 다이애나가 먹는 약들의 부작용이 무섭구나. '발가락에 이어 손가락에도 감각이 없어졌어요, 그리고 아무 이유없이 땀이 비오듯 쏟아지기도 하구요' 할 때의 영주 다이애나 모션이 너무 좋다.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내는 듯하면서 멈춰있을 때의 영주다이애나가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파파는 이 때 뒤에 연주자들에게 인사하는? 그런 모션을 하신다고 했는데 막공이라 안 하신건지 내가 못 본건지, 이 때 항상 다이애나를 주로 보고 있어서 못 봤는데 결국 끝까지 못 봤다. 사랑은 맹목이란 그 말, 사실은 광기. '파인' 박사가 준 약으로 인해서 다이애나의 상태가 안정되긴 했지만 이게 정말 '파인'한 상태가 된 것이라고 말 할 수 있을까.

 

   산이 그리워 에서 하필이면 다이애나와 눈이 굉장히 마주치는 자리였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칼린 다이애나보다 영주 다이애나가 산이 그리워 넘버를 부를 때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은 느낌? 특히 영주 다이애나가 이 노래를 부를 때 굉장히 감정이 실리는 것 같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사실 자첫 때는 대체 이 노래는 뭐란 말인가. 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었는데. 산을 꿈꾼다는 가사에서 산은 아마도, 다이애나가 젊었을 적에 그리던 미래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아기 게이브의 죽음과 함께 무너져버린 그 꿈.

 

   좋아질거야 에서 다정하게 다이애나의 앞치마를 매주고, 댄이 헨리와 나탈리에게 인사할 때 저거 보라며 다이애나와 알콩달콩 얘기하는 게이브가 그렇게 귀여워보일 수가 없었는데. 그리고 이 때의 게이브도 아마 다이애나의 상상 속에서의 게이브. 그렇지만 다이애나도 상상 속에 있는 게이브를 현실에까지는 끌어내리지 못했기 때문에 노래가 끝나자마자 게이브는 3층으로 사라지고, 식탁에도 5명이 아니라 4명을 위한 접시뿐.

 

   넌 몰라/바로 나. 댄은 아마도 직감하고 있는 게 아닐까. 다시 다이애나의 병이 찾아왔다는 걸? 그리고 자신도 노력했고 아프다고 얘기하지만, 사실 모두가 다이애나에게 집중하느라 댄의 아픔은 외면당하고 있고. 이 때의 게이브는 다이애나와 댄이 공유하는 트라우마나 상처 같은 것? 게이브는 주로 다이애나에게 자신을 보라고 어필하지만 실은 댄에게도 하는 말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아마도 이 때의 게이브는 댄을 많이 닮았겠지. 댄과 같은 말투로 말하고 같은 행동을 하는 게이브를 보면서 다이애나는 어쩌면 상처를 더 받으면서도, 댄에게서 도망가서 게이브에게 의지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생각한다.

 

   오늘 슈퍼보이에서의 경게는 웃는 것도 아닌 것도 아닌 느낌. 슬며시 미소를 짓는 것 같긴 했지만 미소보다는 주로 눈물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평소에는 이 때의 게이브는 나탈리를 질투하는 무언가, 라고만 생각해왔었는데 이날만큼은 나탈리를 질투하기도 하지만 나탈리와 감정을 공유하는 무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도 썼었지만 아마 이 때의 게이브는 스스로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걸 잘 알기 때문에 더욱더 나탈리에게 '넌 없어' 라고 강하게 외치는 게 아닐까. 아무리 다이애나가 나탈리보다는 게이브를 더 먼저 생각하고 게이브에게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현실에 존재하는 건 나탈리이기 때문에.

 

   암얼랍에서 게이브가 이제 독립할 나이가 되지 않았냐고 이제 그만 놔주라고 하는 것은 심리 치료?의 한 방법이라고 들었다. 정확한 건 기억이 안 나는데... 이 부분은 다시 찾아봐야지.. 그리고 명확한 생각/나 떨어져요. '여보, 당신 요즘 치료 받을 때마다 우는데,' 하는 댄을 정말 짜증나하는 다이애나의 표정으로 인해서 댄이 다시 한 번 불쌍해지고. '걘 없어'라고 다시 한 번 말하는 댄이 잔인하기도 하면서, 다이애나가 다시 현실로 돌아왔으면 하는 그의 마음이 이해되기도 하고. 결국 나탈리의 연주회에 댄과 다이애나는 오지 않았고, 나탈리는 다시 한 번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외치게 되고. 최면을 통해서 다이애나는 나탈리에 대해 다시 알게 된 걸까. 나 떨어져요, 점점 더 깊이. 모두가 고통스러워하는 와중에, 다이애나에게는 매든 박사가, 나탈리에게는 헨리가 있지만, 댄에게는 그를 잡아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 혼자 기둥을 붙잡고 힘들어할 뿐. 아들을 이제 보내주라는 매든의 말에 다이애나는 그래요, 그럴게요, 라고 대답하고 엄마...! 하는 게이브를 거절한다. 게이브의 엄마 하고 외칠 때의 눈빛과 퇴장하면서 매든을 바라보는 눈빛이 한 순간에 바뀌는 모습..도 항상 인상깊다. 암얼랍에서의 게이브는 사실 어떤 게이브일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뭔가 스스로의 의식이 있는 듯한 느낌의 게이브...

 

   다이애나와 게이브의 춤. 무도회가 끝나도 춤은 계속 돼. 매일 홀로 깼을 때, 꿈도 끝났겠지만, 내 사랑아 난 영원히 너와 춤을 출래, 나 꿈을 꾸듯 사랑을 하듯, 춤추며 죽고 싶어. 사라져가는 게이브, 그리고 그런 게이브를 붙잡는 다이애나. 그리고 그곳. 아마 여기에서의 게이브는 다이애나의 죄의식, 상처. 그래서 스스로를 죽음으로 이끌려고 하는 거겠지. 죽어버린 아기, 살리지 못한 자신, 그리고 그 아기를 대신하기 위해 낳은 나탈리, 나탈리조차 제대로 살피지 못한 자신. 굉장히 아름다운 꿈을 꾸고 있지만 현실은 아름답지 못한 꿈. 오늘 '그곳'에서의 게이브는 어쩌면 다이애나만큼이나 울고 있었던 것 같다.

   니 곁을 지켰어. 이 때만큼은 댄과 감정을 공유하는 게이브. 의자에 묻은 피를 닦아내면서 우는 댄과 같이 울고 같은 색의 옷을 입고. '내 죽음은 단지 느릴 뿐'이라니. 그리고 핏물이 든 양동이를 뒤로 숨겨야 하는데 파파는 대체적으로 잘 안 숨기시기는 했는데 이 날은 핏물이 넘쳐서 바닥에 튀어 버렸다. 근데 그것도 나쁘진 않았던 것 같은 느낌. 나탈리에게서 황급히 숨기려다가 못 숨기고, 그걸 보고 대체 누구랑 비교해서? 라고 화내는 나탈리가 잘 이어져서..

 

   '기억을 잃은 사람이 뭘 얼마나 잃었는지 어떻게 알겠어!' 지금까지 봐왔던 것 중에서 가장 절박하게 외치고 가장 눈물이 묻어나는 목소리였던 것 같다. 제일 뚫어지게 엄마의 눈을 쳐다보기도 했고.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를 본 이후로 전기경련요법 관련된 부분이 나올 때마다 더 힘든 것 같다. 아마 그 영화에서의 모습은 더 과거의 모습이라 덜 준비되고 제대로 되지 않은 방법으로 전기 충격을 줬었겠지만, 영화에서는 제대로 마취도 하지 않고 단지 솜 같은 걸 관자놀이에 연결해서 전기로 쇼크를 준다. 물론 요새는 그렇게 하지는 않겠지만, 그걸 보고 난 이후로는 이 넘버가 더 아프게 느껴진다. '환자 열받아 말했지, 선생 꺼져 주세요'하고 ㅗ 하는 영주 다이애나 디테일 너무 좋다. 같이 속이 뻥 뚫리는 느낌. 어둠 속의 빛에서도 내내 안절부절 못 하고 울던 게이브, 노래가 끝날 때 눈물이 가득찬 채로 다이애나를 바라보던 모습까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전기 충격을 줄 때, 마취과 의사가 게이브인 것은,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그냥 따로 새로 넣을 배우가 없어서 게이브 역할 배우가 겸하는 걸 수도 있겠지만, 중간에 '난 어딨나' 하는 노래를 게이브 혼자 부르는 것도 뭔가 수술 와중에 게이브의 목소리가 다이애나에게 들리는 건가 싶기도 하고. 다이애나가 '난 어딨나' 하는 것과는 다른 의미로 게이브가 '난 어딨나' 할 때는 아마 게이브의 존재 자체가 현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오는 가사 같은 느낌?

 

   그간 봐왔던 넥 중에서 가장 슬펐던 '그 날을 어찌 잊어', '바로 나 맆.' 그러려고 한 건 아니지만 파파일 때 그날을 어찌 잊어가 유난히 슬픈데 오늘은 정말, 정말 슬퍼서 나까지 같이 무너져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의사도 몰랐었어, 응급실 병원도 그 누구도, 우는 건 정상, 안심하라 했는데 난 애만 낳은 또 다른 애' 이 부분에서 파파가 울컥하셔서 제대로 다 부르지 못하셨는데 그 순간 같이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느낌. 사실 그동안 댄도 그만큼 아파왔던 건데. 그 아픈 걸 티를 내지 못하고 있었을 뿐. '매일 밤마다 안고 달래줬지만 울고 또 울던, 아이' 이 부분도 마찬가지.

   '제발 그만.... 넌 왜 그리 둔해' '세월은 변하는데, 이제.... 끝내.' 이렇게 쉬었다가 부르는 다이애나 역시 너무나 아팠고.

   주로 다이애나가 떠날 때 게이브는 댄의 감정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떠나가는 다이애나를 쳐다봤든 쳐다보지 않았든간에 상관없이. 사실 처음에는 게이브가 댄과 일치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댄과 다른 감정을 나타내는 것인 가, 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다. 댄이 차마 쳐다보지 못할 때 떠나는 다이애나를 쳐다보는 것 역시 댄의 감정. 붙잡고 싶지만 붙잡지 못하는 그런 마음. 오늘은 떠난 다이애나를 쳐다보는 것보다도 우느라 안절부절 못했던 게 제일 크게 기억에 남는다. 아빠를 사랑한 나, 를 그렇게 울먹이면서 부르고. 늘 알았잖아 나란걸(울먹) 가브리엘 내 아들 이후에 아빠 부르는 것도 우느라 한 박자 늦게, 아빠와 채 안아 보지도 못하고 어둠 속으로 다시 사라진 게이브.

 

   항상 마지막 '빛'에서의 경게는 홀가분한 느낌이 들었었는데 마지막을 그 '빛'을 들으면서 끝낼 수 있어서 좀 좋았던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오늘은 '빛'을 부르면서 눈물이 가득차있더라...

 

 

 

+ 삼연 넥 자리 정산

 

   20은 채우고 싶었는데 5일 공연을 양도해버렸더니 19번이 되어버린 아쉬움.. 그리고 굥멘 망하지 마시라고 초대권 두 번 받은 건 다 친구 데려가는 데 썼습니다^0^.... 내 표는 내 돈 내고 보러 가고..... 그래도 같이 데려가거나 영업해서 갔던 사람들 다 좋아했어서 다행이면서도 아쉽기도 하고. 좀 더 홍보만 잘 했더라면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덕들만으로 채우기에는 기간도 꽤 길었고 할인도 없을 때는 거의 없다시피 해서...

   무튼, 자리 정리하고 보니 생각보다 1열을 꽤 많이 갔구나. 뭔가 베어에 이어서 넥을 돌면서 중블 고속도로 앞을 정복하는 기분ㅋㅋㅋ 주황은 두 번, 분홍은 한 번씩. 제일 별로였던건 6-14. 그 땐 정말 다이애나가 앉기만 하면 아예 보이지도 않았고 너무 답답했던 것. 제일 좋았던 건 아마도 2-5였던 듯. 그 날 개인적으로 레전을 찍어서 그러기도 했지만. 1-7이랑 1-8이야 뭐 좋다고 말하기에도 입 아픈 자리라... 그래도 조명도 전반적으로 보고 2층 목 안아프게 보는건 3열 정도 인듯. 2열까지는 목 아팠고. 1열은 그냥.... 목뼈를 포기하는 느낌. 특히 암얼랍에서는 강제 다이애나 체험같은.... 느낌으로 게이브를 볼 수 있다. 뭔가 뒤로도 가고 싶었는데 돌다 보니 자리 욕심이 생겨서 앞으로만 전진전진 했네.

'연극·뮤지컬' 카테고리의 다른 글

160323 윤동주, 달을 쏘다  (0) 2016.03.24
160317 쓰릴미  (0) 2016.03.18
160313 빛의 제국  (0) 2016.03.14
160303 넥스트 투 노멀  (0) 2016.03.04
160302 레미제라블  (0) 2016.03.03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