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302 레미제라블 20:00

장발장:양준모 / 자베르:김우형 / 판틴:조정은


   영화로만 봤던 레미제라블. 런던 갔을 때도 레미제라블 봐야지, 하고 결국에는 다른 극들 보느라 못 봤었는데 마침내 봤다. 서울 공연 초반 때 보려고 잡아놨었다가 넥 도느라 취소하고 못 봤었던 게 아쉬움. 오래되고 유명한 작품이기도 하고 14년인가에 영화 회전문을 돌아서 넘버는 꽤 익숙했는데 또 한글로 들으니까 새로운 느낌도 들었다. 이번 주가 막공주라서 더 이상 볼 수 없는 게 아쉬울 뿐. 조금 더 일찍 봤었더라면 그래도 자둘, 자셋 정도까지는 할 수 있었을 텐데. 블루스퀘어 삼카홀은 그래도 여러 번 가봤는데 삼전홀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주로 중소극장만 다니다가 큰 극장 가니까 확실히 사이즈가 크긴 크더라. 그리고 단차,,,,가 되게 없는 것 같이 생겼는데 지그재그가 잘 되어 있어서 그런가 생각보다 잘 보였다. 6열이었는데 뭔가 연강홀 6열이랑은 되게 다른 느낌. 훨씬 먼 느낌.... 이래서 내가 대극장 극 안돌고 중소극장 극을 도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음.

 

   뭔가 자첫자막한 극을 후기를 쓰려고하니까 생각보다 막 써지지가 않기도 하고 내 기억력 너무나 쓰레기인 것^^;;; 먼저 좋았던 건 위에서도 썼듯이 무대 전환. 무대 전환이 정말 자주 되는데 그 타이밍이나 쓰임새?가 진짜 너무 딱 맞고 적절하게 잘 되는 느낌. 무대 연출 중에 제일 신기했던 부분은 장발장이 마리우스 업고 지하 터널 지날 때랑 자베르 자살 부분. 다리가 설치되길래 그 장면을 어떻게 표현하려고 하는 걸까 하고 궁금했는데 다리 밑으로 물리적으로 떨어지는 게 아니라 자베르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면서 영상이랑 와이어? 같은 걸 활용해서 표현했는데 되게 신박하고 멋있었다. 장발장과 마리우스가 지하터널 가는 것도 마찬가지. 물리적으로 이루어낼 수 없는 공간의 한계를 영상으로 해결해낸 좋은 예인 것 같다. 바리케이트 무대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는데 관객들이 혁명군들의 반대편이 아니라 혁명군들의 뒷편에 존재함으로써 혁명군들과 같은 감정을 더 공유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바리케이트 앞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지 못하는 게 오히려 더 긴장감 조성에 도움이 되는 것 같기도.예를 들어 가브로쉬가 총알?을 구하러 바리케이트를 넘어서 가서 노래 부르다가 총소리가 나고 살짝 멈췄을 때의 긴장감이라거나 앙졸라가 바리케이트 정중앙에 서있다가 총을 맞고 앞으로 떨어질 때의 느낌 같은 것들.

 

   그동안 아역들이 나오는 극을 본 게 아마 거의 없는 것 같은데 그나마 본 게 드큘? 근데 거기서 나오는 애기는 그냥 잠깐 등장했다가 들어가는 것 뿐이었고. 오늘 봤던 애기들이 진짜 너무 다 잘하고 예뻐서 오구오구해주고 싶었다. 특히 태경가브로쉬 너무 잘하더라. 1막에 2층 발코니 같은 데서 쫄지마 나만 믿어 내가 구해줄게, 하는데 이렇게 믿음이 갈 수가ㅠㅠㅠ 2막에서도 더더더 잘했는데 제일 기억남는 부분은 에포닌이 총에 맞고 마리우스 무릎에 누워 있을 때 아빠?인 것 같은 앙상블분 껴안아 줄 때. 쪼끄만 애기가 어른을 안아주는 건데 뭔가 토닥토닥받는 느낌...

 

   레미제라블이랑 레베카랑 고민하던 와중에 레미를 선택했던 가장 큰 이유는 솧마리가 보고 싶어서였는데 개인적으로는 호랑 불호가 반반씩. 뭔가 전체적으로 저음이 많이 나오는 노래들이 많아서인지 약간 톤이 안 맞는 느낌? 혼자 살짝 떠 있는듯한 느낌이 들어서 아쉬웠다. 그리고 약간의 발음... 베어 때는 사실 귀엽게 보기도 했었고 허어디야아 험마 이런건 귀여웠었는데 red~ black~ 하는 넘버에서 약간 발음 새는 듯한 소리로 들려서 아쉬움... 특히 1막에서는 전반적으로 좀 아쉬움이 컸는데 2막은 완전 호. 사실 마리우스 캐릭터 자체가 예쁨받을 만한 캐릭터는 아니긴 한데 2막에서 에포닌한테 막 코제트한테 갔다오라고 하고 이러는 부분 연기는 좋았다.(왜인지는 모르겠음...) 그리고 에포닌 모자 벗겨지고 머리쓰다듬어 주는 것도 좋았고...((((나얼빠)))) 에포닌 죽을 때의 감정선도 잘 살리는 것 같고. 혁명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어리고 죽음을 무서워하는, 그런 느낌? 아 제일 좋았던 건 엠티체어. 뭔가 1막이랑 2막 초반에서의 노래 불호가 엠티체어에서 다 씻겨나간 기분? 이전 노래들도 엠티체어에서처럼 불렀으면 훨씬 좋았을 것 같은데. 아 그리고 솧 입고 나오는 옷들은 딱 맞고 진짜 예쁘더라. 특히 연미복 같은 거 되게 잘 어울려서 보기에 좋았음. 아 보기 좋았다고 하니까 생각나는 건 코제트랑 마리우스랑 처음 마주쳤을 때 첫눈에 반할 만큼 잘생기긴 함....

 

   장발장과 판틴. 팡틴은 사실 1막 초반에 나오고 2막 끝에만 나와서 중간중간 앙상블로 나오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얼굴을 정확하게 아는 게 아니어서 앙상블로 나올 때는 구별할 수 없었다. 그치만 come to me 에서 장발장이랑 팡틴의 감정선 진짜 너무 좋더라. 사실 아무것도 없는데 저기 아이들이 노는 걸 보세요 하면서 울면서 노래 부르는 팡틴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리고 양발장,,,은 그냥 좋았다. 특히 1막이 더. 초반에 24601 하는 부분이랑 은식기 훔치다가 걸렸을 때의 부분. 그리고 자베르!!!! 장발장이 중심 중에 중심 인물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자베르가 뭔가 극의 가장 아래에서 흔들리지 않게 잡아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딕션도 너무 좋았고 흔들리는 자베르의 감정 역시 잘 보여준 것 같은. 아쉬웠던 건 시간이 흐른 뒤의 자베르 분장이 약간... 잘생김을 가리는 느낌?

 

   고전이 왜 고전인지 알 수 있었던 관극이었던 듯.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고 지금도 계속해서 사랑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걸 느꼈다.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이나 one day more는 노래 자체만으로도 벅차오르는 데 무대에서 실제로 노래하고 연기하는 모습으로 보니까 그 감정이 더 살아나는 것 같았다. 특히 one day more는 뒤에서부터 삼각 대형으로 앞으로 안무를 맞춰서 걸어나오는 데 이 장면만으로도 1막이 의미있게 기억에 남는다.

 

   극이 끝나자마자 나와서 본 건 테러방지법이 통과되었다는 소식. 사실 야당도 여당도 싫은데, 테러방지법을 그래도 막기 위해서 노력이라도 했다는 점에서 야당에게 약간의 마음이 기울었었는데, 순식간에 이렇게 끝나버렸다는 게 정말 좀 어이가 없고. 하필 보고 온 극이 레미제라블이라서 그런가 그 소식이 더 아프게 와닿는 것 같다. 너는 듣고 있는가, 분노한 민중의 노래. 다시는 노예처럼 살 수 없다 외치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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