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앤드류스:서경수 / 프레드릭 바렛:조성윤 / 에드가 빈:전재홍 외 원캐

 

   일층 자리 놓고 이층으로 간 거 진짜 잘한 선택이었다. 무대가 생각보다 꽤 높게 이층까지 연결되어 있기도 했고 이층에서만 보일법한 별 조명이 너무 예뻤다. 일층 천장 쪽으로 조명이 내려와 있어서 별빛을 표현하는데 그게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극이랑 잘 어울리기도 했고. 솔직히 첫 곡이랑 무대만으로 내 티켓값은 다 한 것 같아서 만족하긴 한다. 보딩패스도 너무 예쁘고 혜택도 엄청 혜자라는 생각도 들었고. 보딩패스 받은 의리로(?) 세 번까지는 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배우들이 발을 땅에 대고 흔들흔들하는 게 정말 배에 올라탄 것 같은 느낌을 줘서 신기하기도 했고, 오케도 생각보다 엄청 빵빵하게 들려서 좋았다.

   아, 그리고 이층에서 또 좋았던 건, 빙산을 발견하는 용국배우가 정말 잘 보였다는 점과, 일층 이층에 배우들이 엄청나게 퍼져있을 때 한 번에 다 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그 외에 아쉬웠던 건 뭐, 이층이라서 먼 것 정도였으니까, 다음에는 일층에서 한 번 더 보던가 하면 될듯하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떼창은 많았지만 군무는 없었던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드는데 기억이 확실하질 않네....

   넘버도, 음, 개인적으론 킬링 넘버가 따로 없었던 것 같다. 전반적으로 음 좋네~ 하면서 듣긴 했지만 끝나고 나서 기억 속에 남아있는 건 "엄청나다 타이타닉~" 이거 하나다. 좀 더 대표할 수 있는, 그런 넘버가 있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누구도 원톱주인공이 아니라는 점이 이 극의 장점이자 단점이 아닐까 싶다. 어떤 대단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타이타닉을 탔던 일반 대중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았지만 너무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하려고 하다 보니 스토리의 중심이 잡히지 않는 건 아쉬웠다. 예를 들어, 케이트와 짐 파렐은 어떻게 그렇게 갑자기 가까워졌는지 알 수 없고 캐롤라인과 찰스는 싸운 후에 어떻게 화해했는지 알 수 없다. 그나마 꽤 많이 나오는 토마스 앤드류스와 머독, 프레드릭 바렛의 감정은 이해가 가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인물들은 '이름이 있는' 앙상블 정도의 역할이 아니었나 싶어서 아쉽다. 앤드류스와 바렛의 감정과 스토리는 드러나기는 하지만, 그것마저도 다른 극에 비하자면 너무 수박 겉핥기 식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 아쉬웠다. 물론 이런 점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나한테는 취향이 아니었던 부분.. 물론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려면 이 극이 두시간 반만에 끝날 수 없긴 하겠지만.

   줄거리 역시 모두가 아는 그, 타이타닉의 이야기에서 그친다는 점이 아쉬웠다. 물론 일반적으로 아는 영화 타이타닉의 로맨스적인 포인트와는 다르게 비극적인 면모를 강조하기는 하지만. 배가 빙산을 스치게 되고 그렇게 배가 가라앉게 되고, 배 안에서의 아비규환, 그리고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자들을 조명하는 것까지. 물론 '배가 가라앉는다'는 큰 사건이 벌어지기는 하지만 비교적 담담하게 다루어지는 편이라서 엄청나게 위기감이 느껴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동안 내가 알던 타이타닉과는 다른 스토리를 다룬다는 점에서는 의미있게 다가왔지만 그것 외에는 나에게는 크게 감동이 있게 다가오지는 않았던 것 같다. 물론, 열대여섯살의 어린 벨보이들, 그리고 선장님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준형이가 맡은) 열네살의 벨보이를 보며 눈물이 나기는 했지만 그게 전부였던 것 같다.

  

   찾아보니 1997년에 만들어진 뮤지컬인데, 거기서 얼마나 많이 바꿔서 온 건지는 정확히는 모르겠다. 하지만, 스토리 자체는 많이 바뀌지 않은 것 같다. 솔직히 20년이나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올라온다면 꽤 많은 부분을 고쳐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걸까? 라는 아쉬움이 든다. 스토리뿐만 아니라 넘버 리스트도 확인해보니 빠진 넘버는 있지만 딱히 추가된 넘버는 없는 것 같은데, 어쨌든 이것도 20년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전체 컴퍼니가 함께하는 떼창들이 좋긴 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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