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성두섭 / 사담:박정원 / 진성여왕:김지현 / 운장:조순창

 

  바람과 달의 주인.

 

   풍도 이제서야 자첫. 아마 메르스 때였나 그때 원쁠원 할인 풀려서 보려다가 취소했던 기억이 있다. 이제서야 보러 가게 됐는데 아마도 내가 더 애정하는 배우가 나왔더라면 더 재밌게 보긴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좀 들긴 했다. 전반적으로 무대가 너무 큰데 그 무대를 채워주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가장 컸다. 앙상블이라도 서너명 더 있었으면 훨씬 더 신났을 것 같은데. 특히 귀부인들 나와서 노는 장면은 너무 허전했다. 대극장만큼 많은 사람들이 나오는 것까진 바라지도 않았지만 이렇게 텅 빈 운루라니.... 그래도 좀 잘 나가는 운루 아니었던가..

 

   섭은 역시나 잘했고 잘 어울렸고 잘 살리고. 정말 따스하고 다정한 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왕도 그래서 반했을 거고 가지고 싶을 거고. 밤의 남자는 예전에 본 영상에서는 부채가 있었는데 왜 부채를 없앴는지 잘 모르겠다. 부채 있었던 게 훨씬 멋있었을 것 같아. 물론 영상으로만 본 거라 비교하기가 애매하긴 하지만, 적어도 지금 춤은 약간 애매하다 싶었다. 물론 섭은 잘 췄지만.

   열-담 서사도 사실 조금 부족해서 이렇게까지 갑자기 절절하고 사랑하는 사이였는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둘 사이에 뭐가 너무 없었는데? 그냥 어린 시절을 같이 자라고 고생하다가 운루로 굴러들어와서 그렇게 좋아하는 거야? 아니면 뭔데? 라는 생각. 아니면 그냥 가족? 사랑? 사실 잘 모르겠다. 뭔가를 더 넣자니 극이 지루해질 것 같기도 하지만 지금 상태로는 사실 조금, 부족한 느낌.

   아무튼, 결론은 섭열은 좋고 잘하고 스윗하다. 저러니까 운루에이스지 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

 

   의외로 치인 것은 진성 여왕. 섭열은 잘할 걸 알고 좋을 걸 알고 그 기대치에 부응했었던 거고 진성여왕은 사실 이렇게 많이 나오는지도 몰랐고 내가 알았던 이야기보다 좀 더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생각보다 더 아픈 사람이었고 날카로운 사람이었고. 마치 가시 세운 고슴도치 같은 느낌. 담이가 죽고 죽어버리고 싶었던 열의 마음도 이해가 가지만 여왕에게 정말 너무 잔인했다 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여왕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자기 아이의 아버지를, 자기 손으로 죽인 사람이 되었으니까.

 

   운장 서사는 사실 조금 뜬금없게 느껴졌다. 단순히 여왕이라서 존경하는 것이 아니라 약간 연정을 품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서사였는데 사실 왜 그런 서사를 굳이 넣었는지 잘 모르겠다. 불필요한 서사라는 생각. 차라리 여왕을 무서워하는 방향의 이야기를 잡는 게 더 스토리의 개연성을 살려주지 않을까. 자신도 죽을까봐 무서워서 열을 갖다바치는, 담이를 죽여서라도 열을 보내려고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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