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전성우 / 클레어:박지연 / 제임스:권동호

 

   우린, 우린 왜 사랑했을까.

 

   분명 초연에 봤을 때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어째서 이렇게 많이 울었을까. 정말 초반부터 울어서 거의 끝까지 눈물이 마를 시간이 없었다.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많이 울어서 이쯤되면 내 눈물샘이 고장난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잔잔한 건 내 취향이 아니야, 나는 감정이 메말랐나봐 눈물이 안나네, 라고 썼는데 1년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르겠다.

 

   올리버에게 정기적으로 잡지와 부품 등을 배달해 주는 우편배달부. 굉장히 사무적이고 대답도 잘해주지 않았던 우편배달부가 처음으로 올리버에게 대답을 해줬을 때. 너희 똑똑하니까. 그리고 인사해줬을 때.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로봇인 올리버와 달리 사람인 배달부는 이미 많이 늙어 있었고 지쳤고. 감정이 있는 배달부는 짠하다는 듯이 이제 부품을 만들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로봇인 올리버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던 게 왜인지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래서 정말 생각지도 못하게 초반부터 눈물 펑펑 상태로 시작했고...

 

   반딧불이. 어쩌면 클레어는 반딧불이를 동경했던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전기가 없어도 몸에서 스스로 빛을 내는 반딧불이. 당장 클레어는 충전기만 고장나도 움직이지 못하고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터미네이터 따라하는 올리버. 그러다가 한쪽 팔이 삐그덕거리고 괜찮다고 하며 웃으며 넘긴다. 다시 팔을 흔들어 보이기도 하고. 그렇지만 다시 의자에 앉아서 손가락을 움직여 보는 게 왜 그렇게 눈물이 났을까.

 

   고장난 클레어를 고쳐주는 올리버. 그리고 계속해서 올리버를 부르고 그만하라고 하는 클레어. "올리버" "그렇게 부르지 마." 그렇게 부르지 마... 에서 진짜 눈물이 미친듯이 쏟아져서. 그 목소리가 왜 그렇게 슬펐는지 모르겠다. 이미 끝날 거라는 걸 올리버도 알고 클레어도 아는 상황에서, 그 두 목소리들이 너무 슬펐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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