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보:윤소호 / 베를렌느:정상윤 / 들라에:정휘
자둘. 사실 1일에 원래 자둘 예정이었는데 표가 헷갈렸던 관계로... 오늘에서야 자둘. 첫공 때도 조금 지루하긴 하지만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좀 치였다. 오늘 페어 너무 좋아. 초반에도 너무 귀엽고 재밌었고 후반에는 눈물 뽑고. 일단 베를렌느 노래랑 합이 잘 맞아서 그런가 듣기도 좋았고. 솧랭보는 정말 애새끼같지만 미워할 수 없는 애새끼라서 베를렌느도 그를 따라가게 된 거겠지.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 하나는 엄청났던 열일곱살의 랭보. 그리고 아무도 함께 해주지 않을 때 이미 고인물이 되어버린 문단에 대한 지겨움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일일지. 어쩌면 자신은 용기가 없어서 마음 속으로만 했던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입으로 내뱉는 것까지도 사랑스러울 수밖에.
대중의 사랑을 갈구했던 베를렌느, 그리고 대중이 아닌 단 한 사람의 사랑을 갈구했던 랭보.
서로 이해하고 동경했지만 또 이해하지 못했고 닿지 못했기 때문에 더 안타깝게 느껴졌다. 상대방이 쓴 시를 사랑했던만큼 자신의 시를 더 사랑했다면 어쩌면 이렇게 슬픈 결말에 닿지 않았을텐데...라는 의미없는 가정을 조금 해본다. 죽어가는 마지막까지도 베를렌느의 시집을 읽었고. 그의 시를 읽는 동안은 아픈 것도 잊을 정도였다는 게 정말.
같이 시를 쓰고 그 시에 키스하는 것도 너무 슬펐는데 끝부분에 베를렌느 혼자 그 시에 다시 한 번 키스하는데 진짜 천재아닌가...
고양이처럼 '그르렁 그르렁!'
'앉은뱅이' 부를 때 의자 위에서 덩실덩실 춤추던 토로베를렌느 잊을 수 없다ㅋㅋㅋㅋㅋ
아 사랑스런 사람이여 할 때 베를렌느가 랭보를 바라보는 눈빛이 정말 너무 따뜻했다.
첫공 때도 생각했던 거지만 "나랑 함께 타락해!!!!" 이 부분 뭔가 아쉽다.